실행력이 강한 가벼운 나비님과 일한 뒤로 제 기준이 올라갔어요.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의 무게를 제대로 체감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본인 부담을 너무 많이 지시는 건 늘 마음에 걸렸어요.
실시간 알림 시스템 도입 프로젝트였는데, 가벼운 나비님이 부하 테스트 시나리오를 촘촘하게 짜주셨습니다. 평상시 트래픽, 급등 상황, 장애 복구 후 스파이크까지 각각 케이스 스터디로 돌리셨어요. 실제로 피크가 왔을 때 팀이 놀라지 않고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플랫폼 이니셔티브로 한동안 얽혀 있었어요. 다섯 개 프로덕트 팀의 공통 요구를 엮어 경계를 긋는 작업이었는데, 정치적 장애물까지 정리해내시던 솜씨가 기억에 남습니다.
기술 부채를 정리하는 PR을 주말에 조용히 올려두셨는데, 그게 지금 팀의 표준 패턴이 되었어요. 본인의 기여를 따로 말씀하지 않으시는 편이라 월요일 스탠드업에선 잠깐 스쳐 지나갔지만, 그 PR이 해결한 문제는 꽤 컸죠. 이후로 비슷한 구조를 만날 때마다 팀원들이 자연스럽게 그 패턴을 참고합니다. 분기 OKR에서 자신의 목표를 팀 목표와 맞추려고 여러 번 수정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개인 성과를 위해 목표를 낮게 잡거나 남의 목표와 어긋나게 세우는 사람이 많은데, 가벼운 나비님은 반대였습니다. 팀의 성공이 본인 성공의 전제 조건이라고 믿는 분이라, 옆에 있으면 저절로 협력하게 되는 사람이었어요.
자기 성과를 드러내는 걸 꺼리시는데, 조직에서는 드러내는 것도 일입니다. 주기적으로 정리해서 올려주시면 좋겠어요. 가벼운 나비님이 해놓으신 일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알려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겸손은 미덕이지만, 조직의 자원 배분은 드러난 기여를 중심으로 움직이거든요.
고객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는 팀에 잘 맞습니다. 사용자를 중심에 두는 감각이 자연스러운 분이에요. B2C든 B2B든, 고객과 직접 접점이 있는 자리에서 제품이 어떻게 좋아지는지를 빠르게 파악하실 거예요.
제 커리어의 한 챕터를 같이 써주신 분. 지나간 프로젝트들을 돌아볼 때마다 가벼운 나비님이 그 한가운데에 있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감사드린 적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이렇게라도 남겨둡니다. 같이 일할 때 받은 도움만큼 돌려드리지 못한 것 같아 마음에 남아 있어요. 언젠가 가벼운 나비님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때, 그때는 제가 먼저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