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에 비해 판단의 품질이 놀라울 정도였어요. 선배들도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똑똑한 고양이님 의견을 한 번씩 물어봤습니다.
신규 결제수단 추가 스프린트 때 외부 PG사와의 스펙 조율을 맡으셨어요. 요구사항이 계속 바뀌는 와중에도 매번 재정리해서 공유해주신 덕에 내부 팀이 흔들리지 않고 일정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지루할 수 있는 협상 과정을 프로로 처리하시던 게 인상에 남아요. 사내 툴 마이그레이션을 같이 했습니다. 단순히 시스템만 바꾸는 게 아니라 사람의 습관을 바꾸는 일이라는 걸 똑똑한 고양이님의 계획을 보며 실감했어요. 이관 기간 동안 생산성 하락이 거의 없었던 게 대단했습니다.
반복되는 잡무를 자동화해서 팀 전체 시간을 주 단위로 돌려주신 적이 있어요. 본인 일정이 바쁜 와중에 짜투리 시간을 쓰신 거였는데, 공지 한 번 없이 사용 흔적만 슬쩍 올려두셨죠. 한 달쯤 지나서 누군가 "그거 도대체 누가 만든 거야"라고 물었을 때야 팀이 그 공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업무량이 몰릴 때 도움 요청을 조금 더 일찍 해주시면 좋겠어요. 알고 나면 이미 많이 떠안고 계신 경우가 있었어요. 본인이 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팀이 같이 해야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인데, 똑똑한 고양이님은 후자도 혼자서 풀려고 하시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팀원들은 도움 요청을 기꺼이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 완벽주의가 장점인 동시에 부담이 되시는 것 같아요. "80점에서 공개하고 다듬기" 방식을 한 번 시도해보시면 좋겠어요. 지금 방식은 결과물은 훌륭하지만 똑똑한 고양이님의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합니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도 나누는 경험을 쌓으시면 일의 지속 가능성이 달라질 거예요.
규모 확장을 준비하는 스케일업 조직에 적합해요. 체계를 세우는 일을 귀찮게 여기지 않으시거든요. 0 → 1 만큼이나 1 → 10 단계에서 제대로 쓰일 수 있는 분이고, 그 단계에서 실수를 덜 하게 해주실 겁니다.
이 후기가 똑똑한 고양이님께 닿는다면, 그때의 시간이 저에게도 큰 의미였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업무로 만났지만 사람으로도 기억에 남는 몇 안 되는 동료 중 한 명이셨습니다.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서 이 후기를 씁니다. 함께했던 시간의 좋은 부분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똑똑한 고양이님의 강점이 다음 팀에서도 제대로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