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과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면, 묵직한 도마뱀님은 후자였어요. 상황이 바뀌어도 기준이 흔들리지 않으시던 분.
온보딩 플로우 개편 때 저와 같이 계셨어요. 7개 스크린을 4개로 줄이는 과감한 안을 제안하시고, 정량 가설과 정성 인터뷰로 근거를 쌓아 오셔서 전원을 설득해내셨습니다. 최종 전환율이 두 자리 수 상승했고요. 제가 PM이었고 묵직한 도마뱀님이 테크 리드였던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스펙이 자주 뒤집히던 상황이었는데, 엔지니어 관점의 우려를 명료하게 정리해 올려주시는 게 저에겐 큰 도움이었습니다.
CEO 리뷰를 앞두고 다들 초안을 수정하느라 정신없었는데, 묵직한 도마뱀님이 핵심 메시지 3줄로 정리해주셔서 회의가 살았습니다. 덕분에 초반 10분에 핵심이 다 전달됐고, 질문 타임이 훨씬 깊어졌죠. 발표 끝나고 CEO가 "이번 리뷰 잘 준비했네"라고 말했는데, 그 문장 안의 대부분은 묵직한 도마뱀님 덕분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마이그레이션 당일 새벽에 모니터링을 혼자 돌려놓고 슬랙에 계속 상태를 공유해주시던 게 고마웠습니다. 남의 일까지 떠안으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본인 담당 구간을 먼저 마치고 자발적으로 남으신 거였어요. 팀이 잠든 시간에 혼자 깨어서 보이지 않는 일을 해내는 사람의 기록이, 다음 날 아침 스레드로 남아 있었습니다.
세부 사항에 시간을 많이 쓰시는 편인데, 큰 그림 결정을 먼저 공유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디테일은 묵직한 도마뱀님의 강점이지만, 그게 "언제 결정되는가"를 팀이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습니다. 초안 단계에서 큰 방향을 한 번 공유하고, 디테일은 그 다음에 채워가시는 흐름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애매한 문제를 구조화해야 하는 전략 조직에 잘 맞을 거예요. 답이 정해지지 않은 자리에서 가장 강한 분이고, 기존 업계에서 생각하지 못한 접근을 가져오실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신규 제품 0 → 1 단계에 특히 강한 분이에요. 처음부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자리에 좋습니다. 기존 프로세스가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구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고, 불확실성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타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