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 회의에서 묵묵히 듣기만 하시던 성숙한 전복님이 둘째 주에 보낸 한 장짜리 문서가 팀 방향을 정리해줬어요. 말수로 판단하면 안 되는 동료였습니다.
내부 디자인 시스템을 함께 만들었던 프로젝트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성숙한 전복님이 컴포넌트 API 일관성을 잡아주셨는데, "왜 이렇게 설계했는가"를 한 컴포넌트마다 문서화하셔서 이후 누구나 같은 기준을 쓰게 됐어요. 성숙한 전복님을 처음 제대로 본 건 결제 장애 복구 콜 때였어요. 새벽 두 시에 침착하게 역할 분배부터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반복되는 잡무를 자동화해서 팀 전체 시간을 주 단위로 돌려주신 적이 있어요. 본인 일정이 바쁜 와중에 짜투리 시간을 쓰신 거였는데, 공지 한 번 없이 사용 흔적만 슬쩍 올려두셨죠. 한 달쯤 지나서 누군가 "그거 도대체 누가 만든 거야"라고 물었을 때야 팀이 그 공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분기 리뷰에서 자기 성과보다 팀원 기여를 먼저 말하시던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본인이 사실상 기여한 일들을 다른 이름으로 돌리시던 모습을 보며, 크레딧을 나누는 데 익숙한 사람이 팀 문화를 만든다는 걸 체감했어요. 그 덕에 팀이 서로의 기여를 더 잘 인정하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완벽주의가 장점인 동시에 부담이 되시는 것 같아요. "80점에서 공개하고 다듬기" 방식을 한 번 시도해보시면 좋겠어요. 지금 방식은 결과물은 훌륭하지만 성숙한 전복님의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합니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도 나누는 경험을 쌓으시면 일의 지속 가능성이 달라질 거예요.
기술과 비즈니스 사이를 오가야 하는 자리에 잘 맞습니다. 양쪽 언어를 다 쓰실 줄 아시거든요. 프로덕트 매니저든 테크 리드든, 경계에 서는 역할에서 본인의 강점이 복리로 쌓일 겁니다. 안정적인 운영이 핵심인 팀에 추천합니다. 사건이 터져도 침착한 분이니까요. 24/7 가용성이 중요한 시스템이나, 리스크 관리가 핵심인 포지션에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어떤 조직에서 다시 만났을 때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는 분. 업계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다시 만나게 될 확률이 꽤 높은데, 그날이 오면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고 싶습니다. 성숙한 전복님도 그러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