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보딩 3개월을 함께한 뒤 제 적응 속도가 반년은 앞당겨졌다고 생각합니다. 코드베이스 투어를 세 번이나 나눠서 해주시던 정성 덕이에요.
추천 섹션 도입은 모델팀과 프론트팀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던 프로젝트였어요. 슬기로운 원숭이님이 양쪽의 번역기 겸 조정자로 중간에 계셔서 굴러갔습니다. 기술적 판단과 사람 다루는 감각을 동시에 요구하는 자리였어요. 슬기로운 원숭이님을 처음 제대로 본 건 결제 장애 복구 콜 때였어요. 새벽 두 시에 침착하게 역할 분배부터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CEO 리뷰를 앞두고 다들 초안을 수정하느라 정신없었는데, 슬기로운 원숭이님이 핵심 메시지 3줄로 정리해주셔서 회의가 살았습니다. 덕분에 초반 10분에 핵심이 다 전달됐고, 질문 타임이 훨씬 깊어졌죠. 발표 끝나고 CEO가 "이번 리뷰 잘 준비했네"라고 말했는데, 그 문장 안의 대부분은 슬기로운 원숭이님 덕분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퇴근 직전 긴급 요청이 들어왔을 때, 억지로 떠맡지 않되 인수인계 문서를 30분 만에 만들어 넘기시던 모습이 프로다웠습니다. 본인의 경계를 지키면서도, 남겨지는 사람에게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아셨어요. 그날의 그 문서가 다음 날 아침 팀이 공황 없이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됐습니다.
데이터 분석이 꼼꼼하지만 결론을 내는 순간 약간 망설이시는 편이에요. 의사결정자 자리를 더 자주 가져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분석만 하고 결정은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슬기로운 원숭이님의 실력이 조직 내에서 제대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 제안은 X입니다" 한 줄을 덧붙이시는 연습이 필요해요. 새로운 시도를 혼자서 너무 많이 가져가시는 편이에요. 공동 주도로 분산하시면 팀 전체 학습량이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슬기로운 원숭이님의 실행력이 있으면 뭐든 시도 자체는 되지만, 팀원이 같이 시도해야 조직 학습이 됩니다. 다음 과제 중 하나는 의도적으로 누군가와 공동 소유권으로 진행해보시면 좋겠어요.
기술과 비즈니스 사이를 오가야 하는 자리에 잘 맞습니다. 양쪽 언어를 다 쓰실 줄 아시거든요. 프로덕트 매니저든 테크 리드든, 경계에 서는 역할에서 본인의 강점이 복리로 쌓일 겁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강한 인상이 남는 동료였어요. 시간의 길이보다 밀도가 중요한 관계라는 걸 슬기로운 원숭이님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다음 팀에서 또 그런 밀도 있는 시간을 만드실 거라고 믿어요.